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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노래

은여우의 절규


언젠가 모피가죽을 벗기는 동영상을 본적이 있다.

끔찍하게도 장화신은 발로 살아있는 채로

그들의 가죽을 벗기고 있었는데,

동물들의 눈은 서로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벗기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 핏빛으로 붉어진 그들의 살은 고통으로 꿈틀대고 있었는데,

나는 차마 더 보지 못하고 그 동영상을 꺼버렸다.

하지만 며칠동안 그 장면은 맴돌았고

지금도 잊혀지지 않았나보다.

아래글은 임열당 이 비가연님의 시인데,

참으로 잘 표현한 글이랄밖에 없다.

참으로 섬세한 영혼이 그들의 몸속에 들어갔다 나와

그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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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여우의 절규


                    詩 林悅堂 이 비가연


보이는 것은 온통 살인마들의 세상 뿐

그들의 살기(殺氣)가 두려워

도리어 좁은 철창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

올가미가 사정없이 목을 휘감고 죄이는데

세상의 시선은 모두가 날 향해서 도리질을 친다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며

갈비뼈 으스러지는 소리는 그들의 웃음소리에 묻히고

세상의 절망은 바로 눈앞에서 날 희롱하고 있다

머리뼈는 박살이 났건만

두 눈에 비추어진 환상이

빙글빙글 핏빛 여울을 만들며

그 어딘가에 있을 조상의 뿌리를 더듬고 있다


아무리 울부짖어도

저들의 귓가엔 그저 흥겨운 휘파람소리일 뿐이다

습관처럼 익숙하게 휘두르는 잔인한 도끼질에

썽둥썽둥 토막 나 잘려나가는

발목들이 흙바닥에 나뒹굴고

파르르 떨며 마지막 피 한 방울의 몸짓을 한다

순간,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는 시간과 바람의 움직임은

강한 의문과 거부감에 도리질 치게 하고

진저리치며 내지르는 처절한 비명은

그들을 더욱더 즐겁게 하고 있다

나는 지금 두 세상을 보고 있다

이미 멀어져간 자유와 종(種)의 번식으로 행복했던 과거와

오로지 피의 향연만이 전부인 이 지옥을 겪고 있다

그들의 입과 똥구멍에서는

한 생명의 고통스러운 절규가 숙성되고 발효되어

비만한 내장에서 소화되고 배설되고 있는데

나는 세상에서 누렸던 자유와 환희 그리고 행복이

한 순간에 동강나는 소리를

끝끝내 스스로 귀에 저장해둬야 했다.


가죽이 벗겨지는 고통 따위는 이미

전설 속의 악마가 속삭이는 핏빛 마술,

고개 들고 바라본 몸뚱이는

사정없이 털가죽을 벗겨내는 저들의 손아귀에서

벌건 고깃덩이로 변해 가고 있다

그것이 고통이라고 인정받기엔

내 존재의 가치가 너무나도 초라하다

쓰레기처럼 시쳇더미위에 던져졌을 때

털가죽은 깃발처럼 바람에 펄럭이며

승리감에 도취한 누런 이빨들 사이에서

그들의 헤픈 웃음으로,

몇 푼의 지폐쪼가리에 흥겨운 울퉁불퉁한 어깨 위에서

그들의 초라한 전리품으로,

흐늘거리고 있다


아득히 먼 옛날이야기처럼

푸른 초목이 무성한 산과 들의 향기가

피비린내 나는 공기를 뚫고 폐부 깊숙이 파고들 때

꿈틀대는 미생물들의 안식처가 되어버린 몸뚱이가

점점 감각을 상실해갈 즈음

세상의 따가운 공기와

바늘처럼 꽂히는 강한 빛이 피눈물과 섞이며

내 의식은 알 수 없는 세상으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언젠가

통째로 벗겨졌던 내 털가죽이

탐욕스런 손들의 소유물이 되는 날

그들의 풍요에 살찐 목젖을 울리며

허영과 사치로 썩은 몸뚱어리를 휘감고

영원히 저주하리라,

풍요에 널브러진 기름진 밥상에서,

잠자리에서 그리고 썩은 뇌에서

나는,

그들의 곁에 남아

끊임없이 통곡의 노래를 들려줄 것이다.


200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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